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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이야기/야구

[기획]야구와 스포츠한의학 4편 - 투구편


국내외를 막론하고 투구밸런스 부분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선동렬선수 (사진제공 : 스포츠조선)

야구얘기 하기에 앞서서 뜀박질 이야기로 시작하겠습니다. 모 한의원 원장님이  팔다리 길고  잘뛰는 분이 있었습니다. 아무준비없이 10km출전하면 48분대를 끊을수 있는 발군의 중장거리 능력자였습니다. 하지만 하프를 뛰니 발바닥이 아파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답니다. 그 와중에 고수부지에서 오랜기간 마라톤을 뛰신 나름 고수에 해당하는 아마추어를 만나게 되어 이것저것 주법에 대한 훈수를 받으셨다는군요. "과자 사러가는 신나는 애처럼 마구 방방뛰고..뛸때 체공시간 너무 길고 좌우로 몸이 흔들리고..페이스 조절같은게 없네....그렇게 뛰면 큰일나...." 그러고 뛰는 폼을 몇가지 교정해주더랍니다. 근런데 그 이후 발가락 안아프고, 발바닥 물집은 없는데 이제는 2.5km만 뛰어도 힘들어지고 30분안에 5킬로도 못 뛰고 속도 내려고 해도 안되고 왼쪽 무릎은 너무 아프더랍니다. 그래서 한참을 고민하다 한달만에 원래대로 뛰었더니 발바닥이 다시 아파오긴해도 무릎통증도 사라지고 예전처럼 뛸수 있었다더군요.
 
굳이 이이야기를 서두에 싣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투수를 '만드려고'하면 탈이 날수 있다는거죠. 현재 주전급 프로야구 투수들은 한시즌에 60이닝에서 180이닝정도를 던지고 있습니다. 1이닝에 15개정도로 계산해도 한시즌에 적게는 900개에서 2700개의 공을 마운드에서 뿌립니다. 한두개 장난처럼 던지는거야 모르겠지만 몸에 맞지 않는 옷을 고집하면 예민하기 짝이 없는 투수가 어떤결과가 나타나게될지는 그야말로 '로또'입니다.

오늘따라 서론이 길었군요...본론도 길듯 합니다...^^::

1. 코칭방법의 문제

타격폼이 그러했듯 투구폼에도 정답은 없습니다. 이상적인 투구폼이라함은 어떤 특정한 투구폼그 자체가 아니고 이상적인 릴리스포인트, 물흐르듯이 자연스러운 투구밸런스, 전진력과 회전력의 조화가 잘 이루어져 있으면 대략들 그렇게 부릅니다. 

여기 한명의 유망주가 있습니다. 대략 140대의 직구와 평균이상의 제구력 그리고 한가지 정도의 쓸만한 변화구를 가졌다고 합시다. 프로야구에 '누구 내가 키웠다!!'가 유행하던 시절 넌 '키킹이 낮아', '릴리스포인트를 더 끌어내야지', '쓰리쿼터는 제구력에 문제가 있어' 등등으로 모든투수를 공산품 찍어내듯 찍어내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뭐 타자는 죄다 밀어치기만 시키기도 했지요. 나름 그 중에 로또처럼 평생 발견못한 재능을 뒤늦게 발견하듯 혜성처럼 떠오른 스타들도 있긴 했지만 꽤 많은 유망주가 그 여파로 인한 부상이나 부진으로 유니폼을 벗어야 했음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김광삼 (사진제공:한국야구위원회)
실제로 LG투수 김광삼은 최근 인터뷰에서 기나긴 부상과 재활과정의 원인에 대해 "지도자들이 나를 자신들이 만드는 '작품'으로 대했다"라고 평한바 있습니다. 또한 "지금도 내 투구폼이 좋지 않다는 건 내 자신도 잘 안다. 그렇다고 내 투구폼에 다시 손을 댄다? 물론 좋아질 수도 있을 거다. 그러나 반대의 결과가 생길 확률이 높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단점을 보완하기보다 장점을 극대화하자는 것이었다." 라고까지 말했다. 사실상 이말에 정답이 있지 않은가 합니다.

 

                로저클레멘스 보스턴시절(1983-1996) 양키스(1999-2004) (사진제공: 오센)
아놀드 파머는 시니어투어 합류후 호쾌하던 스윙폼을 어정쩡하게 바꿨습니다. 사업때문에 예전처럼 투어준비를 할수도 없고 근력도 떨어졌기 때문에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서 였는데요. 로저클레멘스의 투구폼의 변화가 그런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 합니다. 데뷔초의 강력한 파이어볼러에서 스플리터를 이용한 노련한 피칭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투구폼변화도 수반되었는데요. 이처럼 한사람에게서도 나이에따라 변화된 체형에 따라 그리고 가진 근력에 따라 상황에 맞는 폼이 있다고 생각 합니다.  

하물며 한사람도 그럴진데 사람이 다른 바에야......


2. 근육불균형
운동에 사용되는 근육은 주동근과 길항근 보조근이 있습니다. 주동근은 운동시 메인모터 기능을 담당하며 길항근은 운동 속도를 조절 합니다. 뭐 여기까진 다들 아실만한 부분이고 안타깝게도 기계건 사람이건 움직임은 대부분 진동을 수반합니다. 그런 진동과 충격을 잡아주는것이 사실상 보조근의 역할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운동에 있어서 근육의 역할은 파워를 뜻하기도 하지만 갑옷의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일찌기 일본의 간판타자 이치로는 웨이트트레이닝 무용론을 펴기도 했습니다. '웨이트를 하면 움직임이 둔해지고 관절의 운동범위가 제한되기도 하며 스윙스피드가 저하된다.'가 반대 이유였습니다. 웨이트 보다는 스트레칭이 야구에 더 적합하고 근력강화는 공을 던지면서 또는 티배팅을 하면서 길러진다는 일본야구 통설의 신봉자죠. 현재는 집에다가 와이어와 튜빙운동기구를 수억을 들여 설치하고 그걸 통해 동계훈련이나 개인훈련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어짜피 다 근력운동의 범주지만 웨이트트레이닝은 무효하다는 신념(?)을 나름 지키고는 있습니다.

뭐 어찌 되었든 근육의 강화가 갑옷의 기능을 하고 스피드를 일정부분 떨어트리는 역할을 하는건 사실이긴 합니다. 하지만 근육강화가 가져오는 안정성 강화의 측면을 무시할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것이 대흉근이나 대퇴사두근처럼 크고 보여지는 근육의 강화로 얻어지는것이 아니라 운동시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작은 근육의 강화로 얻어진다는거죠.

     오승환 (사진제공 : 오센)

오승환의 팔뚝은 그런의미에서 굉장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두근이나 삼두근이 거대하지는 않지만 팔꿈치 주변을 보호하는 근육들이 섬세하게 발달해 있습니다. 실제로 악력이 엔간한 레슬링선수 수준이라고 합니다. 팔꿈치 수술전력때문에 평소 전완의 단련을 게을리 하지 않아서 인데요. 상대적으로 관리에 취약했던 어깨 부상(여기는 아무래도 소모성질환)으로 약간 주춤했을뿐 아직은 팔꿈치부상이 재발하지 않았습니다.

                    마크 프라이어 (사진제공 : 구글)
스트라스버그라는 괴물투수 등장전에 2002년에 혜성처럼 등장한 마크 프라이어라는 투수가 있었습니다. 매덕스의 제구력으로 95마일을 우습게 던지는 신인투수였죠 그의 강점은 물흐르듯이 완벽한 밸런스와 간결한 투구폼이었습니다.

하지만 화려한 2년의 커리어직후 3년만에 무너져 내렸습니다. 부상의 시작은 아킬레스건이나 햄스트링 문제였지만 고질적으로 팔꿈치 문제가 있었다고도 알려져 있습니다. 이상적인 투구폼이었지만 프라이어의 투구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얇은 팔이 사실상 활시위의 역할을 하기엔 조금 약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뭐 순전히 제 추측입니다만....(참고에 부연설명)

프라이어의 투구폼에서 역W의 문제를 지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그것만으로 프라이어의 몰락을 정의하기엔 좀 무리가 있습니다. 한국프로야구에서 좌우를 대표하는 두 투수 윤석민이나 류현진도 역W입니다. 개인적으로 발사점에서의 팔의모양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투구는 연속동작이니까요.

* 참고 : 역W 폼은 필연적으로 릴리스포인트를 앞으로 끌어나가기 위해서는 디딤발에 완전히 체중이 실어지기 전까지 팔이 유연하고 부드럽게 천천히 장전되어 릴리스 포인트 지점에서 급격한 가속으로 공이 발사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론적으로 팔꿈치 관절의 안정성이 급가속을 견뎌내지 못해 팔꿈치에 통증이 발생하면 가속을 조금 긴시간동안(팔이 앞으로 이동하는 동안) 가져가게 되고 그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서는 디딤발로의 체중이동이 빨라져야 하는 악순환을 가져올수 있기는 합니다. 프라이어 케이스가 그런 경우가 아닐지 의심해 봤습니다. 

3. 투구 밸런스

'릴리스 포인트를 최대한 앞으로', '팔로우에서 몸이 앞으로 쏠리게' 뭐 등등등 나름 좋은 투구폼들에 대한 기준을 가진 야구전문가와 아마추어 파워블로거분들 기자분들 참 많은 세상 입니다. 야구를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점점 더 투구폼에 대해서는 '모르겠다.'라는게 솔찍한 심정입니다.

 

                             선동렬 (사진제공: 야구신님 블로그)

일예로 선동렬 선수의 투구폼이 참 좋은 폼임에는 틀림 없지만 아무나 그런 투구폼을 따라 할수 있는건 아닙니다. 타고난 유연성을 바탕으로 그신장에서 행할수 있는 최대한의 전진력을 발생시켰으며 그부산물로 홈플레이트에서 조금더 가까운 릴리스 포인트를 얻을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어깨와 등근육까지 유연해서 역W를 취하지 않고도 등근육을 활용할수 있는 몸을 가졌죠.

                        최동원   (사진제공 : 야생야사님 블로그)
                        (이각도 사진을 구할수 없어 고등학교 시절사진을)

이 선동렬 선수도 데뷔초 최동원과 비교되서 투구폼에서 각종 폄하를 당하기도 했었는데요. 뭐 요지는 연투와 이닝소화력 문제 그리고 손바닥이 포수쪽으로 빨리 노출되서 구질노출이 쉽다나 뭐래나...뭐 그런 부분을 지적 받았습니다만 사실 좀 억지스런 부분이 많았습니다. 결정적으로 최동원 선수의 투구폼또한 아무나 따라할수 있는건 아니죠. 저런 만화적인 풍차돌리기 투구폼을 소화할수 있는 근력과 유연성, 밸런스의 소유자 또한 많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케이스가 많은 오버스로와 쓰리쿼터에 대해서 주로 투구밸런스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데요. 주로 포스춰와 릴리스포인트 그리고 상하체밸런스에 촛점을 맞춥니다.

  위쪽이 포스춰 아랫쪽이 릴리스 포인트 (사진제공 : 야구신님 블로그)
* 포스춰는 무릎선에서 몸의 중심이 이탈하지 않는 편이 유리하고 릴리스포인트는 앞으로 나올수록 좋다는것이 최근 경향입니다.

뭐 이런것들은 더 좋은 공에 대한 연구니만큼 이런부분은 코치들에게 맡기고 이제 부상요인을 집어보지요. 단적으로 말해 강제로 부상을 유발시키려한다거나 좋은 구위를 위해 투구동작에서 불편함과 통증을 감수하지 않는한 부상을 부르는 투구폼과 투구방식은 없다고 단언합니다. 다만 부상을 부르는 투구 밸런스는 있다고 생각 합니다.

자꾸 김광현 선수를 인용해서 미안합니다만 처음 글을 쓸때는 최근처럼 부진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하체 활용과 그것이 코어근육을 사용하는 방식이 가장 유사하지만 단점이 도드라진 관찰군과 대조군을 설정함에 있어 김광현 선수와 린스컴선수만한 쌤플이 없는고로 그렇게 되네요.

      린스컴 (사진제공 : 구글)

      김광현 (사진제공 : 구글)


톰하우스의 NPB 입장에서는 그닥 좋아하는 투수스타일이 아니긴해도 리그를 대표하는 특급투수들임은 분명하고요. 두 투수는 확실히 극단적인 오버핸드, 넓은 스트라이드, 높은 릴리스 포인트 등 닮은 점이 많은 투수입니다. 하지만 확연한차이는 던지고 난후에 나타납니다. 린스컴의 경우 내딛는 발에 완벽하게 체중이 실려서 균형을 잡고 있습니다만 김광현의 경우 체중이 뒤에 남는 경향이 잦고 오버스로인데도 체중이 글러브를 든 손 방향으로 쏠리는 경향도 나타납니다.

                                   랜디존슨 (사진제공 : 야구신님 블로그)

* 쓰리쿼터의 랜디존슨의 저 사진은 간혹있는 장면이지 항시 몸이 3루쪽으로 도는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쓰리쿼터의 경우 저정도의 팔로우에서의 회전은 용인할만한 수준입니다.

물론 글러브를 든 손쪽으로 체중이 쏠리는것은 쓰리쿼터나 사이드암 언더핸드에서는 자연스러운 동작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전진력과 회전력으로 조합하는 과정에서 남는 회전력의 일환으로 봐야 하는데 김광현의 경우 극단적인 오버핸드기 때문에 이에 해당하진 않습니다.

그럼 '밸런스가 맞지 않고 체중이 쏠리면 어떤문제가 발생하느냐?'는 문제는 쉽게 생각하면 '길을가다가 삐끗하면 어떤문제가 발생하냐?'와 유사합니다. 길에서 삐끗해도 근력이나 유연성이 수반되고 위기상황에서 밸런스를 조정하는 능력이 좋으면 큰부상을 입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잦다면? 근력이 약해진다면? 유연성이 저하된다면? 자신이 컨트롤 하기 힘든정도의 밸런스붕괴가 일어난다면? 아직은 김광현 선수가 괜찮을진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스트라이드를 줄여서라도 체중을 온전히 홈플레이트 쪽으로 넘겨와야 합니다.  

                          놀란 라이언 (사진제공 : 조용준님 블로그)

하이키킹으로 키킹동작에서 불안한 느낌을 주는 라이언의 투구는 다리를 내리는 와중에 강력한 축발의 도움을 받아 균형을 잡고 내딛는발이 길게 내딛어질때 완벽하게 체중을 내딛는 발로 옮기고 던진후에도 완벽한 밸런스를 잡습니다. 라이언의 불안한 키킹동작은 사실 단거리 스프린터의 불안정한 출발자세와 역학적으로 닮았다고 하겠습니다. 높게 올린 다리에서 추진력이 생기는게 아니고 스트라이드 동작을 길게 가져가면서 축발의 밸런스와 추진력을 십분 이용하는 자세죠.

사실 라이언의 경우 키킹때 불안하게 느껴지는것은 골반과 상체의 균형문제 입니다. 축발만 떼어놓고 관찰하면 군더더기 없이 견고하게 체중을 지탱하고 있죠. 이 축발이 무너지지 않는한 사실 '밸런스를 잃었다'라고 평가하긴 힘듭니다. 박찬호선수도 이 축발이 무너지는 통에 하이키킹에서 지금의 투구폼으로 전환했었죠. 보통은 상체가 불안해지면 하체도 흔들리는데 라이언은 이런부분에서 그야말로 '장사'소리들어도 아깝지 않은 훌륭한 하체근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키킹이든 디디는 때든 불안정성이 나타나게 되면 해당관절이나 근육은 사실 회전토크와 체중부하를 한번에 받게 됩니다. 고질적인 하체문제를 가진 투수라면 이부분을 생각해야 합니다. 부상기록이 명확치 않은 우리나라보단 메이저 사례를 들어야 겠군요.(팀닥터가 따라다니지 않으니 이런 세세한 부상기록이 전무 합니다.)

사례1) 박찬호선수의 오른다리 햄스트링 : 박찬호의 경우 과한 하체운동으로 고질적인 요통이 발생해 상하체 밸런스가 무너진상태에서 하체에 의존한 투구를 하다가 발생 
사례2) 마크프라이어의 오른다리 아킬레스건 부상 : 마크프라이어는 팔꿈치 부담을 줄이기위해 적극적으로 하체를 사용하다 발생, 이후에 결국 다시 팔꿈치로 던지다 팔꿈치 수술
사례3) 김병현의 왼쪽 발목 : 김병현은 부러진 방망이 잔해에 맞은 후 완전치 않은 발목으로 인해 밸런스가 완전치 않은상태에서 재활을 서두르다 밸런스를 완전히 무너트림 


자신에게 맞는 투구밸런스와 그에 맞는 근력(관절안정성)이 완성되어 있다면 사실 부상요인은 많지 않습니다. 3가지정도 더 들자면 1. 수비중입는 부상(예 : 베이스커버시 일어나는 발목부상) 2, 잘못된 그립으로 인한 부상 3. 과사용 이중 그립과 과사용은 집고 넘어가야 할꺼 같네요

4. 그립&손목움직임

야구에서 부상을 논하면 흔히 언급되는 구종이 있습니다. 다들 아시듯이 포크볼(스플리터) 입니다. 뭐 던지는 방법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을 생략하고 결론적으로 말하면 릴리스 될때까지 검지와 중지사이에 낑궈진 공을 손가락의 힘으로 놓치지 않도록 하는게 관건인데요. 이때 전완의 굴곡근에 텐션이 지나치게 가해져서 힘줄이 다치게 된다는 뭐 그런 논리인데요.


                                포크볼그립 (사진제공 : 구글)

위의그립은 야구교본에 많이 실려있는 그립입니다만 실제 포크볼은 많이 사용하고 부상없이 던지는 선수들의 그립은 좀 차이가 있습니다.

                   사사키 가츠히로 포크볼그립 (사진제공 : 스포츠경향)

                    카도쿠라 포크볼그립 (사진제공 : 오센)

차이를 아셨습니까? 롱런하는 포크볼러들의 특징은 유연하고 긴 손가락이라는 신체조건 이라는 특징들도 있지만 중요한건 힘을 주지 않고 자연스럽게 검지옆에 놓인 엄지손가락의 위치입니다. 물론 엄지를 릴리즈 시켜 전완의 부담이 줄어들어도 조정훈선수처럼(찾아보면 조정훈 선수도 엄지가 릴리즈 되어 있습니다.) 결국 수술을 하는 경우도 생기지만 기본적으로 엄지의 위치변화가 전완 굴곡근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여주는데 도움이 되는건 사실 입니다.

사실 커브나 슬라이더를 많이 사용하는 선수들도 팔꿈치 부상에서 자유롭지는 못합니다. 더 많은 스핀을 위해서 공을 끝까지 뿌려줘야 하는 투수 입장에서는 회전형 변화구를 던질때도 꽤 많은 내측상과부위의 부하를  받습니다.

                    페르난도 발렌수엘라 (사진제공 : 구글)
사실 커브나 슬라이더처럼 순방향의 손목회전을 동반한 구질보다는 역방향의 회전을 일으키는 스크류볼이 팔꿈치 부담이 가장 심각한 구종이라고 할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이 구종을 주무기로 사용한 칼허벨(1903-1988)은 은퇴후 팔이 안쪽으로 내회전된상태로 살았다고 합니다. 뭐 이젠 투심이나 싱커 서클체인지업으로 대체해서 던지는 통에 필요성이 절실하진 않은 구종이라 던지는 사람이 없지만 스플리터나 포크볼에 비해서도 '악마의 구종'이라는 소릴 들었던 구종입니다. 그 원인은 전완의 무리한 회전에 있죠.

5. 과사용

김인식 감독님이던가 국내 모 감독님의 명언중에 '투수의 어깨와 팔꿈치는 분필과 같은 소모품이다.'라고 하셨던 기억이 있는데요. 한 70%는 맞는 말이다라고 해야겠네요. 사실 운동을 하면서 무리를 안하면 굉장히 오랫동안 사용이 가능하지만 투수라는 직업상 무리를 하게되니 결과론적으로 그렇게 됩니다.  

                        필니크로 (사진제공 : 구글)

현존하는 구질중에 가장 투수에게 무리를 주지 않는다는 구질이 너클볼입니다. 메이저리그 명예의전당 헌액자인 필니크로는 318 승, 29 세이브, 5,404 이닝, 3,342 삼진, 3.35 방어율의 통산성적을 남겼습니다. 독특하게 밀어던지는 구종인데다 구속이 100키로미터 내외 인 탓에 팔과 어깨의 부담이 거의 없다고 하는데요. 그덕에 필니크로는 만 48세까지 선수생황을 했고 만 46세에 기록한 완봉승은 2006년에 제이미 모이어에게 갱신될때까진 최고령 완봉승이었습니다. 실제로 최고령 완봉승 기록을 한 모이어도 통산 최고 구속이 85마일정도인 '느림의 미학'을 실현하는 투수였습니다.

빠르고 강한공이 난무하는 프로무대에서 느리고 정확하지만 변화가 심한볼로 프로생활을 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그런 작업에 성공한 소수의 사람(니크로형제, 모이어, 데이비드 웰스, 매덕스, 웨이크필드 등등등)은 굉장히 오랬동안 이른바 거미체형에 가까운 팔과 어깨로 오랜기간 부상없이 험난한 프로무대에서 성공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일반적인 팜볼그립
하지만 느린공을 던진다고 지치지 않는건 또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 너클볼을 가장 먼저 시도했던 넥센 장정석 매니저는  “너클볼은 투구수가 많아지면 손가락 힘이 떨어진다. 이렇게 되면 공을 정확히 밀어낼 수 없게 돼 공에 회전이 걸리고, 밋밋한 공이 많아진다”라고 했습니다. (박철순씨는 작년에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공은 팜볼이라고 고백했습니다.) 지치고 힘들게 된다는것이 운동손상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승부를 내야하는 프로스포츠 세계에서는 이른바 '힘을 쥐어짜내는' 상황이 벌어질수 있음을 의미하고 그것은 운동손상의 가능성을 올리는 일입니다.

6. 마무리글

투구밸런스도 그립도 구종까지 선수마다 자신에 맞는 것이 각자 다르게 있을겁니다. 그럴때 팀닥터나 의료인으로 해줘야 할껀 뭘까요? 밸런스나 그립 구종에 대한 조언은 사실 코치들의 영역이죠. 의료인은 통증의 원인을 분석하고 이 선수에게 무엇이 필요할지를 조언해줘야 합니다.

토미존 수술을 받고 예의 그 뱀직구를 회복한 임창용 선수는 다시 회복한, 아니 더 빨라진듯한 자신의 구속에 대해 재활운동과정에서 시행한 어깨와 팔의 보강운동 덕이라고 했습니다.

                                   오승환 (사진제공 : 구글)

오승환선수도 예외는 아닌데요 2002년 단국대시절 토미존 수술을 받은뒤 재활을 하면서 월드컵이 열리는지도 모르고 재활에 열중했다고 합니다. 이후 구위의 상승등의 놀라운 효과를 경험했죠. 그래서 그런지 2009년-10년 어깨 피로 누적으로 인한 수술과 재활과정에서 지독하리만큼 꼼꼼하게 재활하고 다시 예전과 같은 구위를 뽐내고 있습니다.

통증을 호소하는 선수에게 해당부위에 대한 적절한 치료와 관리, 통증을 줄일수 있는 주위 보조근의 강화방법 지도, 부상을 유발할수 있는 동작들에 대한 설명과 지도, 재활중인 선수에 대한 정신적인 조언정도가 의료인이 할수 있는 일이겠네요. 

그전에 선수들이 다칠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 바이오메카닉 적으로 항시 관찰하고 연구하는 자세가 더중요할듯 합니다.